# 죽을 뻔 하다


우리집은 청파동. 많이 산골짜기이다.
회사까지 출근 시에는 20분을 걷고(내리막길이라 마구 뛸 수 있다)
퇴근 시에는 30분을 걷는다.(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야 한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와 미끄러운 날은, 더욱이 중국어 수업이 있어 7시에 나와야 하는 날은
마구 뛰어내려온다는 것은 어휴~ 상상할 수도 없으며 아주 조심조심 긴장을 바짝하고 종종걸음을 걸어야 한다.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내려왔건만 사건은 서울역 에스칼레이터에서 일어나버렸다.

덩치가 다소 있는 긴 머리의 여자분이 코트를 헤치며 나를 앞질러 가더니 에스컬레이터를 성큼성큼 내려갔다.
내가 바로 뒤를 따라가는데 아니, 뚝 서버리는 것이 아닌가.
옆으로 몸을 틀었으나 이미 눈으로 물기가 있던 신발이 쭉 미끌어졌다.
악! 소리와 함께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주저앉았고 일어나려고 했으나 힘에 부쳤고 마지막까지 내려와버렸다.
이대로라면 내 코트가 낑길텐데~
순간 에스컬레이터에 옷자락이 끼어 몸이 딸려 들어갔다는 뉴스가 쏴르르 지나가는 찰라
어느 아저씨가 나를 번쩍 안아 빼주었다.
힘도 쎄셔라...
너무 창피하고 아프고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고맙습니다~하고 회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른쪽 종아리에 에스컬레이터의 그 반듯한 라인대로 빨갛게 살결이 벗겨져 피가 서렸고 전체적으로 푸르딩딩하다.
눈길도 무사히 헤치고 나왔건만... 왠 에스컬레이터에서의 미끄러짐이야~
재수가 좀 더 없었다면 옷이 낑겼을텐데 아직은 재수가 좋은가보다라고 위로하지만 기분이 썩 나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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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11:37 2008/02/26 11:37
Posted by f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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