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하다 뜬금없이 내가 이성으로 인하여 가슴이 설레본 느낌을 갖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기억에 없다... 분명한건 아주 오래전이다. 그리고 그게 누구였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36살까지 사귀어본 남자가 다섯손가락을 채우지 못한 나면서... 설레임의 감정을 느낀지도 기억에 없다니.. 워딩 자체로만 보면 우울하기 그지 없다.
마음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사랑이 변했음을 오래도록 외면하다 결국 많은 상처와 아픔으로 사랑을 마감하고, 돌이켜보면 그 오랜 기간 동안 무얼했나 싶을 정도로 별로 한 것이 없는.... 나에게 사랑은 썩 유쾌한 무엇이 아니었다.
하필 오늘, 왜 하필 오늘 전화 한통에 설레이고, 문자 하나에 웃음짓고 자꾸 보고싶고... 손 잡고 싶은 설레임이.. 그리워지는 것인지....
계속되는 야근으로 지친 몸과, 긴장과 스트레스로 더 지친 정신이 휴일이 3일이나 된다는 얄팍한 계산에 미친년 머리처럼 흐트러진 채로 보낸 하루를 마감할 즈음.. 아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욕도 비난도 바른 말도 필요 없고 단지, 자기는 너무나 말을 하고 싶고 더욱이 자기편이 필요하다며 말을 전했다.
"나 사랑에 빠졌어!"
작년 가을인가~ 결혼을 한 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론 심드렁하기도 했다. 흔하디 흔한 일이기에 심드렁했고 아~ 내 가까이에도 정말 있구나에 놀랐다.
언니가 깊이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 그 상황에 반드시 다른 선택을 했을것이다라고 자신할 수 없다. 일어난 적 없는 일이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는 신이 아닌 이상 어찌 장담하겠는가.
언니의 선택이니 그 결과 역시 언니의 몫이란 말과 지금은 언니가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란 말과 길게 갈지 빨리 정리될지 모르겠으나 그 감정을 들키지 말라는 말을 보탰다.
나이가 들어짐에 따라 고정관념이 더 생긴다. 그러나 정말 우습게도 나이는 이해의 폭 또한 넓게해주는 듯 하다.
인생에 어떤 기준이나 가치관이 없는 사람을 보면 3류 코미디처럼 한심해보이고 너무 많은 기준의 잣대로 사는 사람을 보면 한 여름 목폴라처럼 답답해보인다.
사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라고 말하는 것도 오류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도 생각도 모두 제각각인데 마음과 생각이 모두 움직여 사랑을 이루는데는 또 얼마나 많은 개인차와 방법과 정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건 진짜 사랑이야라고 말한다는 것도 저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말하는것도 오류이며 자기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옹호이며 자기 감정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이지요.
어릴적부터 외사랑으로 어떤 이성을 좋아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단지 외사랑으로 바라만 보았지 그 사람과 충분한 정신적 교감이나 교류가 없었고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담지 않고 오직 그 사람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기뻐하고 슬퍼했다면 그것이 정말 사랑일까요? 사랑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스스로의 감정을 사랑한 것이 정말 사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돈 많은 남자와 그 보다 돈이 적은 여자가 애인관계라고 가정해봅시다. 사정으로 남자가 가난해졌는데 여자가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럼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사랑한 것일까요? 돈 많은 남자를 사랑한 것일까요?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 여자는 돈 많은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심감, 사회적 지위, 여유로움, 배려심, 진취성, 풍요로움 등 총체적인 모든것들의 작용으로 사랑에 빠졌을 것입니다. 돈이 없어짐에 따라 자신감도 없어졌고, 용기도 잃었고, 쪼잔해졌으며, 배려심도 이해심도 전같지 않은 총체적인 모든것들의 작용으로 사랑이 식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만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돈이 없어짐으로 인하여 연관지어 작용되는 모든 것들은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사랑이 변한 여자를 탓하기도 합니다.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돈이 좋았던거라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강했던 남자가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렸을 때 떠나버린 여자를 탓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것 같습니다. 사실 이치는 같은데도 말이죠..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것입니다. 탓할 자격도 내것이 진짜라고 우길 자격도 그 누구에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부족한 면을 보듬어 줄 수 있고, 어느정도 존경하는 마음이 들고 그래서 둘이 만나서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나, 나아가 더 나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즉 조건과 마음의 크기가 어느정도 상충하여 적정선이 되면 곧 사랑으로 발전되는 것이겠지요..
사랑을 100으로 봤을 때 조건이 80이냐 마음이 80이냐는 그저 개인적인 성향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