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입성
이사를 하면서 어찌나 엄마 아빠 생각이 나던지...
부모님 아래 식주가 해결된다는 것이 퍽이나 행복한 일인지가 새삼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언니네 집에서 광명으로 이사를 할 때도 이런 기분은 없었다.
광명에서 수원으로 이사할 때 역시 이러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기쁜 날, 왠지 모를 서러움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라.
이사하는 날 비가 오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얼마나 부자가 될런지 비가 억수로 왔다 개었다 다시 왔다 개었다..
포자이사 팀분들이 착하신 분들인지 잘해주셔서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비가 오는 날이 이사하는 날로 부적합함은 부정하지 못하겠더라.
9시에 시작한 이사는 오후 4시에 마무리되었고 그 때부터 몸살이 갑작 심해졌다.
아무것도 손 댈 수 없었다.
대략의 위치는 잡았지만, 방 한개에 있던 짐들이 방 두개로 펼쳐지니 재정리는 필수적이었다.
겨우 침대 시트를 갈고 귀신이 떨어질것처럼 흉물스럽던 후황을 떼내어 닦고 커튼을 갈아끼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사한 집에서의 첫 밤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아침을 맞았다.
오후 3시에 대학원 면접..
면접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한 탓에 아침부터 마음이 불안했다.
오전에 부엌 청소만 마무리 하고 가자는 심산으로 싱크대 구석구석을 매직폼으로 문지르고 행주로 닦아내고
모든 그릇을 닦고 위치를 다시 잡고...
역시 혼자 사는 사람에겐 먹는 것이 제일 중했다..
후딱 밥을 해 계란 후라이를 얹은 김치볶음밥을 해먹고.. 이쁘게 화장을 하고 머리도 만졌건만...
밤새 앓았는지 몸살이 심해져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처음 가는 길이라 헤맬지를 걱정한 탓에 너무 일찍 면접장에 도착했고
코는 막혀 숨쉬기도 곤란하고 가래는 끓고 콧물은 자꾸 흐르고..
결국 면접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쓸고 닦고 재배치하고 다시 흩틀고 그렇게 이삿짐은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모두 마무리되었다.
우리집에서 오르락 내리락 다시 오르락해야만 하는 만리동 시장을 몇번을 오갔는지,
행주와 걸레를 몇번을 빨아재꼈는지
매직폼은 작은 한 조각까지 얼마나 알뜰히 사용했는지......
걸어서 15분이나 되는 롯데마트를 두 번이나 다녔고, 쓰레기봉투를 파는 곳을 찾아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음에도
난 아직 살 것도 그냥 쌓아놓은 것도 많다.
돈이 돈이 아니다.
어찌나 쑥쑥 나가는지~
홀쪽하다 못해 말라 비틀어진 통장을 확인하면서
이사를 하여 뿌듯하다만 그리 썩 유쾌하진 않구나...



